The Lost Dialogue

"단기 4342년 늦은 가을의 LDK"

얼마 전에 내 개인 서버가 심정지를 일으켰다.

이 컴퓨터는 내가 대학을 입학하면서 부모님께 받은 것으로, 나와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떨어져본 적이 없으며, 또한 내가 개인적으로 처음이자 또한 마지막으로 소유했던 데스크탑 PC이기 때문에 이건 정말 내 목숨과도 같다. 여튼 이게 며칠 전 학교 정전을 버티지 못하고 뻗어버렸다.

분명히 정전 전에 잘 셧다운을 시켜뒀었는데, 전기가 돌아온 후에 이 놈이 다시 켜지질 않았다. 하드디스크를 하나 더 두고 매일같이 백업을 해두곤 있었지만, 이 블로그를 포함한 지난 10년의 데이터를 발굴해서 또 다른 곳을 찾아 옮길 것을 생각하니, 가뜩이나 요즘 바빠죽겠는데, 정말 눈 앞이 어질어질 하더군.

결국 문제는 파워가 맛이 간 것이었고 (정말 맛이 갔다. 전원 케이블을 꽂기만 하면 전원 팬과 CPU 팬이 아주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전원 버튼은 누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약 5분 간에 걸친 파워 이식 수술 끝에 결국 다시 살아 숨쉬기 시작했다. 옛날 컴이라 파워 연결선도 몇 개 없고 이식은 정말 쉽다. 귀찮아서 문제지. 오랜만에 케이스를 열었더니 안에는 먼지가 가득했고, 심지어 거미줄도 있더군.   

정말 간 만에 한 번 사고를 당하고 나니, 이제 슬슬 이 컴이 완전히 뻗어버릴 때를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벌써 10년을 버텼고 또 영원히 함께 할 수는 없으니깐. 그래서 일단 급한 블로그부터 옮겨보기로 했다. 매우 초창기 설치형 블로그라 할 수 있는 태터툴즈 0.9x 버전을 여태껏 써오고 있었는데, 이제 슬슬 남이 관리해주는 환경으로 넘어갈 때가 된 것 같다. 그나마 데이터 형태가 유사한 티스토리나 텍스트큐브가 정도가 대안이더군.

일단 태터툴즈 0.9x 데이터를 태터툴즈 1.x 버전의 데이터로 마이그레이션 하고, 이걸 티스토리에서 불러온 결과가 바로 이 곳이다. 맘에 드는 스킨이 없어서, 그나마 먼저 쓰던 스킨과 가장 유사한 것을 하나 골라서 내 맘대로 좀 고쳐봤다. 텍스트큐브에도 계정을 하나 열어서 데이터를 옮겨놨는데, 거긴 구글 쪽에서 관리를 한대서 살짝 기대를 했으나 지금 상태론 뭐 아무리 좋게 봐줘도 도저히 관리가 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아니다. 일단은 그냥 닫아두었으나, 그래도 시간을 두고 지켜볼까 한다.  

지난 4년 동안 함께한 이 정든 스킨과도 당분간 작별이다.



좀 어색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왕 옮겨왔으니 당분간은 정 붙이고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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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생각 없이 로또를 매 주 하고 싶은데, 하지만 한 번에 5천원씩 내는건 부담스럽고, 또 무엇보다도 가서 그거 사고 칠해서 제출하는게 귀찮아서 생각해본 서비스 모델임. 일단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친구들의 그룹을 가정했음. 돈 먹고 튀면 안되니까.

자, 마음에 맞는 친구들끼리 구현해서 사용해봅시다.

0. 목표 설정
매 주 몇 장의 로또에 도전할 것인지 정한다. 참여인들의 수에 따라 적당히 결정하면 된다. 한 장이 5000원이니깐, 5000원의 배수로 설정한다.

1. 투자
0. 목표 설정에서 결정한 금액을 참여인들끼리 잘 나눠서 낸다. 매 주 혹은 달 단위로 내고 싶은 돈을 유동적으로 정할 수 있으면 좋은데, 200원을 내든 500원을 내든, 원하는대로 투자하면 된다. 이 부분을 편하게 구현하는게 포인트다. 매 주 선택한 금액이 계좌로 자동 이체 되도록 해야한다.

2. 로또하러 갑시다.
이걸 누가 할 지가 중요한데. 뭐 돌아가면서 할 수도 있고, 한 명이 인센티브를 받고 맡아서 할 수도 있다. 이 사람이 서비스의 주체가 될 수도 있다. 번호를 정하는건 알아서 한다.

3. 결과 확인 및 수익금의 분배
투자금에 비례해서 당첨금액을 나눠가지면 됨.


아, 빨리 연구해서 졸업해야하는데 이 무슨 쓸데없는 생각인지.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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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4일 토요일의 기록이다.

내 발로 스스로 나선 등산은 이게 겨우 두 번째다. 나이가 들면서 무슨 바람이 들었는진 모르겠지만, 단풍을 보러 지리산 뱀사골 산행을 결심하게 되었다. 지리산에 얽힌 추억이라곤 반달곰 36호와의 조우 밖에 없던 내게, 불타는 단풍과 야간 산행의 추억을 안겨준 아퀴와 그 일행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자, 지리산으로 들어가볼까요?


지난 주는 설악산의 단풍 시즌, (그래서 인간 정체 현상까지 발생했다던) 그리고 이번주는 지리산 뱀사골이 좋다는 제보가 아퀴를 통해 들어왔다. (그리고 다음주는 내장산이랍니다. 사람 엄청 많겠군.) 마침 특별한 스케줄도 없고, 오랜 만에 바람도 쐬고 싶어서 아퀴의 단풍 나들이에 조인하기로 했다.

지난 한 주 동안 너무 불규칙한 생활을 한 관계로,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건 정말 쉽지 않았다. 간신히 아침 8시에 일어나서 9시에 대전에서 날 픽업하기로 한 아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째 좀 출발부터 불안불안 하던 그들이 11시 반이나 되어 도착했다.

우리가 계획한 일정은 지리산 뱀사골에서부터 간장소에 이르는 왕복 약 4-5시간 정도의 코스다. 대략 12시쯤 지리산 근처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오후 1시쯤부터 천천히 구경을 하다가 늦어도 6시까지는 내려와서 저녁을 먹고 적어도 8시에는 귀환을 시작하는, 이른바 12-6-8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12시가 넘어서 대전을 빠져나간 우리가 지리산 뱀사골에 도착한건 이미 오후 3시가 살짝 넘어서였다.

뱀사골에서 간장소 올라가는 길에 놓인 다리.
주요 포인트 마다 이렇게 운치있는 포토스팟이 마련되어 있다.
질리도록 단풍 보기에 좋은 코스다.


10월에 지리산은 오후 5시 55분이면 일몰이 완료된다고 해서, 이건 뭐 왕복 2시간이나 걷고 돌아가려나 싶었는데, "오늘을 놓치면 1년 뒤다!" 라는 각오로 그래도 꿋꿋이 끝가지 올라가보기로 했다. "사진 그만 찍고 어서 내려가지 않으면 해 떨어진다!" 는 하산객들의 충고를 묵묵히 외면한채, 간신히 목적지였던 간장소에 도착하긴 했는데 이미 오후 5시였고, 해는 이미 오후 3시쯤 부터 뉘엿뉘엿 지고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왠지 간장소까지 오르면 절벽으로 지리산 밑도 내려다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그런건 없어 적잖이 실망도 했다. 그런걸 보려면 좀 더 노력해서 화개재까진 올라가야하나보다.

이 사진의 포인트는 단풍이 아니라 텅텅 빈 산 중이다.
이 시간에 산을 오르는 팀은 우리 뿐이었다.
지리산에 왠지 우리만 들어와있는 느낌?
사실 중간에 한 팀 있었는데 우리가 순식간에 추월했으며,
그들은 곧 사라져갔다.


중간 중간 일몰시간과 하산 소요시간 안내가 친절하게 적혀있었는데, 여기서부터 하산까지는 2시간이라 적혀있었고, 대략 50분 후면 해가 완전히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내심 생각하기론 그래도 하산은 빨리할 수 있고 우린 아직 젊기에, 한 시간이면 내려가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정확히 한 시간이 지난 시점에, 우린 정확히 반 쯤 내려온 상황이었고, 그리고 해는 이미 다 떨어져서 완전히 컴컴해졌다. 귀신 얘기하기 딱 좋은 상황이었음. 그래서 귀신 얘길 좀 했다.

언뜻보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일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아퀴가 소지한 애니콜의 '손전등' 기능 덕분에 무사히 비틀비틀 하산은 했다. 내려가면서 우리 말고도 용감한 (하지만 고가의 프로페셔널 등산 장비를 풀셋으로 갖춘) 다른 하산객들도 만나서 왠지 든든했다. 하지만 역시 핸드폰이 없었더라면 많이 힘들었겠지. 다음부턴 나도 손전등 기능이 있는 핸드폰을 사야겠다.

어쨌든 본격 단풍 사진으로 마무리하자.



단풍의 절정이 확실했다.
며칠 더 지나면 이들 모두가 낙엽이 되겠지.
무리한 일정이었고, 또 내려가는 내내 비록 해는 지고 있었지만,
오길 잘 했다는 느낌은 변하지 않았다.



다음엔 꼭 일찍 와서 화개재까지 가봐야지.
뭐, 이런 다짐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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