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st Dialogue

"단기 4342년 늦은 가을의 LDK"

* goûté의 정확한 발음과 뜻에 대해서, 파리에서 유학 중인 한 형님의 제보에 따르면, goûté 의 발음은 '구떼'가 맞는 것으로 보이나 영어의 'tasted' 정도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역시 '구떼'로 발음되는 goûter의 경우 명사로 쓰일때 '간식' 정도의 의미라던데, goûter를 goûté로 잘못 표기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의미가 있는지는, 진실은 가게 주인님들이 알고 계시겠지.

친구 집이 잠원역 근처인 관계로 몇 년 전부터 3호선 이웃인 신사, 압구정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이 동넨 내가 서울에 25년 넘게 살면서도 발길 전혀 닿지 않던 곳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다. 집(올림픽공원)에서 여기오는 교통이 너무 불편하다. 차로 바로 달리면 15분 정도지만, 지하철 몇 번 갈아타고 버스도 갈아타고 그러다보면 재수 없을 땐 1시간도 넘게 걸린다.

여튼, 그 중에서도 특히 잠원과 가까운 신사동의 가로수길을 걷곤 한다. 이 길에는 분위기 좋은 까페들이 몰려있어서 꽤 유명한데, 밥 먹고 좀 걷다가 커피 한 잔하고 집에 갈 때는 그나마 지하철 타기도 편해서 종종 가게 된다. 예쁜 사람들도 많고, 흐흐흐흐흐.

이 길을 따라 까페들이 확실히 많긴 하지만, 막상 내가 두 번 이상 방문한 곳은 아직은 별로 다양하지 않은 것 같다. 그 중에도 유난히 친숙하게 느껴지는 블룸 앤 구떼 (Bloom & Goute)를 소개한다.

꽃과 케익 향기가 가득한 블룸 앤 구떼


블룸은 아시다시피 꽃이고, 구떼는 프랑스어로 케익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여기 주인님들이 영국와 프랑스에서 각각 꽃과 케익 관련 과정을 배우고 오신 분들이라는 전설이 있는데, 난 개인적으로 모르는 분들이므로 진위여부는 확인할 수 없고, 확인할 예정도 없다.

여길 찾아오는 방법은 특별히 없고, 가로수길을 따라 걷다보면 보인다.

신사역 쪽에서 왔을 때는 가로수길 따라 우측편에 보이며, 압구정 쪽에서 걸어왔다면 가로수길 따라 좌측편에 보일 것이다. 2층까지 올라갈 수 있으니 꼭 올라볼 것을 권유하며, 1층에선 길가에 나앉을 수도 있다. 또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는 곳이다.

사람 몰리는 시간에 가면 장소가 결코 넓지 않기 때문에 사실 조용히 얘기하기엔 좀 번잡한 곳이 아닐까 싶지만, 막상 또 앉아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생각만큼 시끄럽지도 않고 피곤하지도 않은, 신비로운 곳이 아닐까 싶다. 꽃 향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에 어딘가에서 보니 이곳을 유럽풍 자연주의 까페라고 소개하더군. 어쨌든 그와 유사한 느낌을 주는 기분 좋아지는 곳이다.

식사 하셨으면 커피와 케익 한 조각 함께 하시죠.
이 사진을 찍은게 아마도 작년 크리스마스.
이게 벌써 곧 1년 전이라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아아아.


여기선 초코 브라우니를 많이들 드시나본데,
난 단호히 이걸 추천함.
아쉽게도 정확한 타이틀이 뭔진 잊었음.
가서 보면 기억날 것 같은데, (생긴걸 보면 저건 아마도 애플 타르트 같다.)
여튼, 주원료는 사과가 분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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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특별히 할 얘기도 없고, 밀린 까페 얘기들이나 하나씩 열어보자.

서울에서 놀다보면 늘 패턴이 비슷하다.

밥 먹고 차 한잔, 또 밥 먹고 차 한잔. 그리고 귀가. 밥과 차 한 잔의 중간 중간에 영화든, 뭐든 볼꺼리나 쇼핑 같은게 들어가는 식이다. 그래서 적당한 밥집과 까페들의 존재는 매우 소중하다. 가끔 먹을 게 없어서, 들어가고 싶은 까페가 없어서 정처없이 헤메다보면 시간도 아깝고 다리도 아프고 상대에게도 많이 미안하고, 여튼 힘들다. 나이가 드니깐 이젠 하루종일 걸어다니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이젠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겐 광화문이 참 놀기 애매한 동네였는데, 밥집 까페의 동선이 잘 안나와서, 결국 명동까지 걸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명동에 간다고 마땅한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광화문 근처에 좀 조용한 까페를 찾아보다가 까페 아모카(Amokka)라는 델 발견했다.

아, 오랜만에 난 이 곳에서 평화를 느꼈다.


광화문 스폰지 하우스 1층에 있다. 조선일보 미술관인지 뭔지 (위 사진에서 창 밖 저 멀리 보이는 건물임) 건너 편이고, 5호선 광화문 역에서 가깝다. 까페 이마와 일민 미술관 앞 대로 건너편 어딘가에 있다.

차 한 잔 시켜놓고 책 보는 사람들, 노트북 켜놓고 회의하는 사람들, 앞에 공터에선 아빠와 아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다. 간단한 식사, 조용히 맥주 한 잔 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요즘 와플 안 파는 까페는 없는듯.
커피 잔이 재밌게 생겼다.


어딜가나 사람들이 넘쳐나는 서울에서는 발품을 팔지 않고선 사람 없는 조용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아졌다. 닭장 같이 밀집한 테이블과 시끄러운 사람들, 요란한 백그라운드뮤직, 카운터에선 엠아이씨를 들고 샤우팅을 해대니, 몸 좀 쉬러 들어갔다가 목만 쉬어나온다. 내가 무슨 콘서트에 온 것도 아니고, 이제 강남이나 명동 같이 사람들 많은 동네는 길을 걷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좀 조용하고 사람 없는 곳을 찾는 분들께 추천드리는 까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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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화요일 아침, 아버지로부터 할아버지께서 매우 위독하시다는 메일을 받았고, 미처 답장도 하기 전, 그로부터 약 한 시간 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으니 서둘러 서울로 올라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할아버지 연세는 올해로 벌써 아흔이셨지만, 증조 할머니께서 백세 가까이 건강히 사시는 것을 보아온 내겐, 얼마 전까지도 그렇게 건강하시던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다는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건 내 부모님이나 주위 친척들에게도 마찬가지었던 것 같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어서, 추석을 포함한 지난 한 주는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도 모르게 쏜살같이 지나갔다. 집안의 장손이자 둘째 상주로서 그동안 안일하게만 생각해온 책임과 앞으로의 삶의 무게를 바로 느낄 수 있었고, 장남으로서 눈 앞에 닥친 정말 어려운 일들에 침착하게 대처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앞으로 내가 어떤 자세와 각오로 어떻게 살아야하나 고민도 많이하고 더불어 얼마간의 결심도 함께했다.

추석에 삼우제를 지내고 하루의 휴식 시간을 가진 뒤, 오늘 대전으로 돌아왔다. 지난 주에는 일도 많았고 가족과 함께 있어서 미처 느끼지 못한 감정이 내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떠오르기 시작한다.

작년 추석 때, 할아버지 댁을 방문해 나눈 대화들이 떠오른다. 내가 어릴 적 어린이날 즈음마다 집에 방문하셔서 선물로 챙겨주시던 특이한 공구들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을 계속 할아버지 댁에서 보냈기 때문에, 돌이키면 돌이킬 수록 떠오르는 것이 너무 많다. 어렸을 때는 너무 넓어서 길을 잃을 것만 같았던 할아버지 댁에서 대추를 따던 일, 함께 어린이 대공원에서 코끼리 열차를 타던 일들이 떠오른다.

올해 봄 찾아뵈었을 때만 해도 계속 내게 언제 졸업하는지, 졸업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내가 전공하는 분야의 전망에 대해 의견을 주실 정도로 정말 건강하셨다.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에 마지막으로 찾아뵈었을 때는 계속 주무시기만 하셔서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했는데, 지금 너무 후회가 된다.

적어도 앞으로는 이런 후회없이 살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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