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st Dialogue

"단기 4342년 늦은 가을의 LDK"

학회장에서 점심을 떼우고 바르셀로나 거리를 걷기 전에, 딱 두 개만 보고 돌아가자라고 다짐했는데, 막상 그 때 떠오른건 바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Sagrada Familia 성당이었다. 가는 길에 먼저 도착한 카사밀라엔 별 확신이 없었고 그저 근처에 있길래 들렸지만 매우 좋은 추억을 만들고 왔다.

일단 카사밀라를 둘러본 후에 열심히 걸어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로 이동했다.

디아고날 길을 따라 계속 잘 걸어보자. 오, 저기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걸으면 안 보인다.
걸어가는 약 이십 여 분 동안 얼마나 뒤를 돌아봤는지 모른다.


사실 이 짓다가 만 성당은 내가 바르셀로나에 대해서 올림픽 말고 유일하게 들어서 알고 있던거라 할 수 있는데, 바르셀로나라고 하면 다들 이 성당 사진만 들이대길래, 여긴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이 성당은 1882년에 공사를 시작했고, 가우디가 1926년까지 맡아서 진행을 했고, 지금 120년이 넘도록 아직도 짓고 있다.

Sagrada는 'holy'라는 뜻이라네. 때문에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성스러운 가족' 성당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이 성당은 예수 그리스도 (가운데 돔), 성모 마리아 (130미터 정도의 가장 높은 첨탑), 그리고 12명의 제자(12개의 첨탑)에 대한 상징물들로 채워질 예정이지만, 내가 보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돔은 짓다 말았고, 옥수수 같은 첨탑은 달랑 8개 뿐이다. 다 지으려면 이런 속도론 아마도 100년은 더 남았을 거다. 2020년인가에 완공 예정이란 말을 어디서 본거 같은데,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라면 하루에 첨탑 하나씩 올라갈 텐데, 아쉽군.

-> 이건 금강산도 식후경. 목말라 죽겠다.


아, 저 줄 봐라.
일단은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붙어 있었는데,
생각보단 줄이 빨리 빠지는 편이라 금방 들어갈 수 있었다.


오래 기다렸다. 자, 입장~


일단 이 성당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얘기는 이 성당의 입구인 파사드 facade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는 세 개의 파사드가 예정되어 있고, 이들 세 개의 파사드는 각각 예수의 1. 탄생, 2. 영광, 그리고 3. 수난을 상징하기로 되어 있다. 현재 탄생과 수난에 대해선 만들어진 것 같고, 영광 파사드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 성당을 두 바퀴를 돌았지만 역시 보이질 않았다. 알고보니 아직 못 만들었다고 한다. 삽질하기 전에 팜플렛을 꼼꼼이 살펴보자.

수난 파사드를 통해 입장하게 되었다.
매표소 위치에 문제가 좀 있다. 왜 시작하자 마자 수난인가!


수난 파사드를 잘 살펴보면 왠 얼굴 없는 마네킹이 예수의 얼굴이 그려진 것으로 보이는 액자인지 거울인지 모를 뭔가를 들고 있다. 이 마네킹이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성녀 '베로니카'이며, 그녀가 들고 있는건 수건이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더니 거기에 얼굴이 새겨졌다는 이야긴 유명하다.

내부


과거 유럽을 좀 돌아다니면서 온갖 종교적 건축물들을 접했는데, 이 성당의 내부는 정말 신비했다. 뭐 일단 공사판인건 둘째 치고도, 벽면, 기둥, 천정 등 모두의 디자인이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그런 형태였다. 이런게 역시 아르누보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냥 조각하다가 만거 같기도 하고 애매하더군.

먹선으로 그리고 대충 깎은 듯한 천정을 올려다 보자.
이게 다 만든건지 더 다듬을 예정인진 확신이 없다.


공사 현장


성당의 대부분이 공사 현장으로 뒤덮혀 있었으나 인부들은 보이지 않았다. 과연 그들은 언제 일하는 걸까? 왠지 가우디 사후 저 빈공간을 어떻게 채워야할 지 몰라서 고민하는 것만 같았다.

반대편의 탄생 파사드

탄생 파사드에 솟은 4개의 첨탑이다.
이 첨탑들도 이름이 다 있을텐데, 그건 잘 모르겠다.


이 파사드의 조각들을 자세히 보면 역시 예수의 탄생을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경을 잘 아는 사람들은 여기에 그려진 조각들을 다 이해하겠지.


이렇게 큰 성당은 내부에 볼꺼리가 너무 규칙없이 흩어져있어서 다 챙겨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안에는 볼꺼리를 1번부터 11번까지 번호를 메겨두고 그걸 하나씩 따라서 이동할 수 있도록 안내표지가 마련되어 있어서 좋았지만, 난 그걸 모르고 대충 돌아서 뒤죽박죽이었다.

그 표지판을 따라가다 보면,
이렇게 가우디와 자연에 대한 전시물도 볼 수 있다.


아, 또 저 줄 봐라.


이 성당에는 굉장히 타기 힘든 엘레베이터가 두 군데 있다. 이걸 타면 파사드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걸 스킵할 수는 없으므로 꿋꿋이 2시간을 더 기다렸다. 본래는 1시간 반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고 붙어 있길래 기다린 건데, 중간에 45분 표지판을 지난 지점에서 15분을 더 기다렸더니 1시간 표지판이 다시 나타났다. 이런 사기꾼들. 흑흑.

2시간 고생해서 올라가서 보니 저 멀리 뭔가 보인다.


확대해서 보자.
이 건물에 대해서 스페인 텔레포니카 연구소의 한 분과 얘길 나눴는데,
저걸 C**D**이라며 낄낄 거렸다.
역시 세상 사람들 노는건 다 비슷하다 .
예전 이탈리아 피사에선 기울어진 탑이 있으니
과연 기울어진 C**D**도 파는지가 이슈였는데,


올라가서 본 맞은 편의 첨탑 4개.
역시 옥수수를 닮았다.
자연을 사랑한 가우디. 옥수수를 좋아했구나.


시내 정경을 내려다보자.
바람이 굉장히 많이 불어서 좀 무섭다.


2시간 기다려서 올라간 시간이 아까워서 내려올 때는 계단을 걷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우디의 나선 계단이다.
하지만 곧 후회했다. 어지럽고 위험하고 힘들고 덥고 답답하다.


이미 지쳐서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지하의 전시관.
하지만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둘러보면 은근히 볼거리가 많다.



이 성당은 일단은 기부금만으로 지어서 오래 걸린다고 하지만, 관람하던 중 공사하는 인부들은 보지 못했다. 요즘 성금이 잘 안들어오는게 분명하다. 이게 정말 완성이 되려나?

다음에 내가 나이들어 다시 찾아올 때 이게 완성되어 있다면 꽤나 감동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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