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st Dialogue

"단기 4342년 늦은 가을의 L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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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23 마드리드의 휴일 (2)
12월 7일 일요일,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9일부터 4일간 ACM CoNext 2008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는데, 하루 여유를 둔 12월 8일은 9일에 있을 발표 준비도 할 겸, 16시간 비행의 피로도 풀 겸, 처음 방문한 스페인에 적응도 할 겸, 개인적으론 참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밝히고자 한다.

여행에 할애할 시간이 개나리 수박 씨만큼도 없었지만, 그래도 이 짧은 순간을 위해서 난 거금의 사비를 들여 스페인 관광 책자도 마련했고, 비행기 안에서 틈틈이 스페인어도 공부했다.

하지만 첫 날 밤, 꼭 스페인 음식이 먹고 싶어서 35분의 폭풍우를 헤치고 방문한 곳은 하필
독일 음식 전문 레스토랑이었고~


자, 막간을 이용해서 스페인 문장을 몇 개 읽어보자.

"수모 데 나란하 포르 퐈보르" (오렌지 주스 주세요.)
"아시엔토 데 빠시요 포르 퐈보르" (통로 측 자리 주세요.)
"돈데 에스타 살리다? " (출구가 어딘가요? )

대한항공 비행기 안에서 저거 혼자 외우고 있는데, 스튜어디스가 와서 내게 "영어로" 이렇게 물었다.
"어멋, 한국어 공부하세요? 너무 어렵죠~" 이러더군.
대체 날 뭘로 봤을까? 중국인이 한국어로 스페인어 공부한다고 생각한건지, 여튼 꽤 굴욕이었다.

몇 몇 단어 외워서 실제로 써보곤 크게 배운 게 있는데, 질문을 스페인 어로 어줍잖게 해봤자, 답변을 알아들을 수 없으면 난감할 뿐이란 거다. 가이드북엔 정작 그 흔한 인사법이나 땡큐 말하는 법 조차 나와있지 않아 더 쓸쓸했다.

하지만 막상 마드리드의 거리엔 비가 내리고,
거리엔 사람도 없고,


유럽 여행 책자를 보면, 주말에 국경을 넘지 말란 말이 있다. 주말에 이동을 하고, 주 중에 구경하는게 별로 좋지 않단 말인데, 왜냐하면 월요일엔 문 닫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많기 때문이다. 하필 8일은 월요일이었던 관계로, 마드리드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프라도 미술관은 아쉽게도 스킵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알고 보니 오늘은 스페인의 휴일이었을 뿐이고,


12월 6일과 8일은 또 무슨 휴일이라고 하더군. 사전엔 전혀 몰랐는데 6, 7, 8일이 일요일을 끼고 황금 연휴였던 것이다. 학회가 9일 화요일부터 시작인게 다 이유가 있었다. 거리엔 사람도 없고, 그 북적거린다는 솔 광장 주변엔 정작 사람도 없고, 열린 상점도 없고, 게다가 비는 흩뿌리고, 마드리드의 첫 인상은 결코 상쾌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종종 마주친다던 소매치기 한 번 만나보지 못했다.

굳게 닫힌 거리.
뭐, 난 놀러 온게 아니잖아.


왠지 이렇게만 써놓고 보니 삽질만 하다 온 것 같은데, 꼭 그렇진 않다. 해가 떨어진 마드리드는 갑자기 붐비기 시작했고, 학회가 시작하자 역시 날씨는 맑게 개었다. 마드리드 시내는 귀국 직전까진 다시 나가볼 수 없었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업무는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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