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st Dialogue

"단기 4342년 늦은 가을의 LDK"

'스페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9.13 사그라다 파밀리아 Sagrada Familia (4)
  2. 2008.12.23 마드리드의 휴일 (2)
학회장에서 점심을 떼우고 바르셀로나 거리를 걷기 전에, 딱 두 개만 보고 돌아가자라고 다짐했는데, 막상 그 때 떠오른건 바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Sagrada Familia 성당이었다. 가는 길에 먼저 도착한 카사밀라엔 별 확신이 없었고 그저 근처에 있길래 들렸지만 매우 좋은 추억을 만들고 왔다.

일단 카사밀라를 둘러본 후에 열심히 걸어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로 이동했다.

디아고날 길을 따라 계속 잘 걸어보자. 오, 저기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걸으면 안 보인다.
걸어가는 약 이십 여 분 동안 얼마나 뒤를 돌아봤는지 모른다.


사실 이 짓다가 만 성당은 내가 바르셀로나에 대해서 올림픽 말고 유일하게 들어서 알고 있던거라 할 수 있는데, 바르셀로나라고 하면 다들 이 성당 사진만 들이대길래, 여긴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이 성당은 1882년에 공사를 시작했고, 가우디가 1926년까지 맡아서 진행을 했고, 지금 120년이 넘도록 아직도 짓고 있다.

Sagrada는 'holy'라는 뜻이라네. 때문에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성스러운 가족' 성당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이 성당은 예수 그리스도 (가운데 돔), 성모 마리아 (130미터 정도의 가장 높은 첨탑), 그리고 12명의 제자(12개의 첨탑)에 대한 상징물들로 채워질 예정이지만, 내가 보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돔은 짓다 말았고, 옥수수 같은 첨탑은 달랑 8개 뿐이다. 다 지으려면 이런 속도론 아마도 100년은 더 남았을 거다. 2020년인가에 완공 예정이란 말을 어디서 본거 같은데,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라면 하루에 첨탑 하나씩 올라갈 텐데, 아쉽군.

-> 이건 금강산도 식후경. 목말라 죽겠다.


아, 저 줄 봐라.
일단은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붙어 있었는데,
생각보단 줄이 빨리 빠지는 편이라 금방 들어갈 수 있었다.


오래 기다렸다. 자, 입장~


일단 이 성당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얘기는 이 성당의 입구인 파사드 facade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는 세 개의 파사드가 예정되어 있고, 이들 세 개의 파사드는 각각 예수의 1. 탄생, 2. 영광, 그리고 3. 수난을 상징하기로 되어 있다. 현재 탄생과 수난에 대해선 만들어진 것 같고, 영광 파사드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 성당을 두 바퀴를 돌았지만 역시 보이질 않았다. 알고보니 아직 못 만들었다고 한다. 삽질하기 전에 팜플렛을 꼼꼼이 살펴보자.

수난 파사드를 통해 입장하게 되었다.
매표소 위치에 문제가 좀 있다. 왜 시작하자 마자 수난인가!


수난 파사드를 잘 살펴보면 왠 얼굴 없는 마네킹이 예수의 얼굴이 그려진 것으로 보이는 액자인지 거울인지 모를 뭔가를 들고 있다. 이 마네킹이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성녀 '베로니카'이며, 그녀가 들고 있는건 수건이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더니 거기에 얼굴이 새겨졌다는 이야긴 유명하다.

내부


과거 유럽을 좀 돌아다니면서 온갖 종교적 건축물들을 접했는데, 이 성당의 내부는 정말 신비했다. 뭐 일단 공사판인건 둘째 치고도, 벽면, 기둥, 천정 등 모두의 디자인이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그런 형태였다. 이런게 역시 아르누보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냥 조각하다가 만거 같기도 하고 애매하더군.

먹선으로 그리고 대충 깎은 듯한 천정을 올려다 보자.
이게 다 만든건지 더 다듬을 예정인진 확신이 없다.


공사 현장


성당의 대부분이 공사 현장으로 뒤덮혀 있었으나 인부들은 보이지 않았다. 과연 그들은 언제 일하는 걸까? 왠지 가우디 사후 저 빈공간을 어떻게 채워야할 지 몰라서 고민하는 것만 같았다.

반대편의 탄생 파사드

탄생 파사드에 솟은 4개의 첨탑이다.
이 첨탑들도 이름이 다 있을텐데, 그건 잘 모르겠다.


이 파사드의 조각들을 자세히 보면 역시 예수의 탄생을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경을 잘 아는 사람들은 여기에 그려진 조각들을 다 이해하겠지.


이렇게 큰 성당은 내부에 볼꺼리가 너무 규칙없이 흩어져있어서 다 챙겨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안에는 볼꺼리를 1번부터 11번까지 번호를 메겨두고 그걸 하나씩 따라서 이동할 수 있도록 안내표지가 마련되어 있어서 좋았지만, 난 그걸 모르고 대충 돌아서 뒤죽박죽이었다.

그 표지판을 따라가다 보면,
이렇게 가우디와 자연에 대한 전시물도 볼 수 있다.


아, 또 저 줄 봐라.


이 성당에는 굉장히 타기 힘든 엘레베이터가 두 군데 있다. 이걸 타면 파사드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걸 스킵할 수는 없으므로 꿋꿋이 2시간을 더 기다렸다. 본래는 1시간 반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고 붙어 있길래 기다린 건데, 중간에 45분 표지판을 지난 지점에서 15분을 더 기다렸더니 1시간 표지판이 다시 나타났다. 이런 사기꾼들. 흑흑.

2시간 고생해서 올라가서 보니 저 멀리 뭔가 보인다.


확대해서 보자.
이 건물에 대해서 스페인 텔레포니카 연구소의 한 분과 얘길 나눴는데,
저걸 C**D**이라며 낄낄 거렸다.
역시 세상 사람들 노는건 다 비슷하다 .
예전 이탈리아 피사에선 기울어진 탑이 있으니
과연 기울어진 C**D**도 파는지가 이슈였는데,


올라가서 본 맞은 편의 첨탑 4개.
역시 옥수수를 닮았다.
자연을 사랑한 가우디. 옥수수를 좋아했구나.


시내 정경을 내려다보자.
바람이 굉장히 많이 불어서 좀 무섭다.


2시간 기다려서 올라간 시간이 아까워서 내려올 때는 계단을 걷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우디의 나선 계단이다.
하지만 곧 후회했다. 어지럽고 위험하고 힘들고 덥고 답답하다.


이미 지쳐서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지하의 전시관.
하지만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둘러보면 은근히 볼거리가 많다.



이 성당은 일단은 기부금만으로 지어서 오래 걸린다고 하지만, 관람하던 중 공사하는 인부들은 보지 못했다. 요즘 성금이 잘 안들어오는게 분명하다. 이게 정말 완성이 되려나?

다음에 내가 나이들어 다시 찾아올 때 이게 완성되어 있다면 꽤나 감동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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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7일 일요일,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9일부터 4일간 ACM CoNext 2008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는데, 하루 여유를 둔 12월 8일은 9일에 있을 발표 준비도 할 겸, 16시간 비행의 피로도 풀 겸, 처음 방문한 스페인에 적응도 할 겸, 개인적으론 참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밝히고자 한다.

여행에 할애할 시간이 개나리 수박 씨만큼도 없었지만, 그래도 이 짧은 순간을 위해서 난 거금의 사비를 들여 스페인 관광 책자도 마련했고, 비행기 안에서 틈틈이 스페인어도 공부했다.

하지만 첫 날 밤, 꼭 스페인 음식이 먹고 싶어서 35분의 폭풍우를 헤치고 방문한 곳은 하필
독일 음식 전문 레스토랑이었고~


자, 막간을 이용해서 스페인 문장을 몇 개 읽어보자.

"수모 데 나란하 포르 퐈보르" (오렌지 주스 주세요.)
"아시엔토 데 빠시요 포르 퐈보르" (통로 측 자리 주세요.)
"돈데 에스타 살리다? " (출구가 어딘가요? )

대한항공 비행기 안에서 저거 혼자 외우고 있는데, 스튜어디스가 와서 내게 "영어로" 이렇게 물었다.
"어멋, 한국어 공부하세요? 너무 어렵죠~" 이러더군.
대체 날 뭘로 봤을까? 중국인이 한국어로 스페인어 공부한다고 생각한건지, 여튼 꽤 굴욕이었다.

몇 몇 단어 외워서 실제로 써보곤 크게 배운 게 있는데, 질문을 스페인 어로 어줍잖게 해봤자, 답변을 알아들을 수 없으면 난감할 뿐이란 거다. 가이드북엔 정작 그 흔한 인사법이나 땡큐 말하는 법 조차 나와있지 않아 더 쓸쓸했다.

하지만 막상 마드리드의 거리엔 비가 내리고,
거리엔 사람도 없고,


유럽 여행 책자를 보면, 주말에 국경을 넘지 말란 말이 있다. 주말에 이동을 하고, 주 중에 구경하는게 별로 좋지 않단 말인데, 왜냐하면 월요일엔 문 닫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많기 때문이다. 하필 8일은 월요일이었던 관계로, 마드리드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프라도 미술관은 아쉽게도 스킵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알고 보니 오늘은 스페인의 휴일이었을 뿐이고,


12월 6일과 8일은 또 무슨 휴일이라고 하더군. 사전엔 전혀 몰랐는데 6, 7, 8일이 일요일을 끼고 황금 연휴였던 것이다. 학회가 9일 화요일부터 시작인게 다 이유가 있었다. 거리엔 사람도 없고, 그 북적거린다는 솔 광장 주변엔 정작 사람도 없고, 열린 상점도 없고, 게다가 비는 흩뿌리고, 마드리드의 첫 인상은 결코 상쾌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종종 마주친다던 소매치기 한 번 만나보지 못했다.

굳게 닫힌 거리.
뭐, 난 놀러 온게 아니잖아.


왠지 이렇게만 써놓고 보니 삽질만 하다 온 것 같은데, 꼭 그렇진 않다. 해가 떨어진 마드리드는 갑자기 붐비기 시작했고, 학회가 시작하자 역시 날씨는 맑게 개었다. 마드리드 시내는 귀국 직전까진 다시 나가볼 수 없었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업무는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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